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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 앤 줄리엣> 익숙하면서도 낯선 베로나에 다녀오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더욱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만나게 된 건 대단히 반가운 일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실패했다면 프랑스 3대 뮤지컬이라 칭하는 <십계>나 <로미오 앤 줄리엣>을 만나기는 훨씬 힘들었겠죠. 내한공연의 성공을 발판으로 라이선스 공연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지금은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앵콜 중인 <로미오 앤 줄리엣>을 보고 왔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 앤 줄리엣>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통해 수많은 버전으로 만들어졌고 세대를 초월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불후의 명작이죠. 내한공연은 못 본 상태로 이번에 처음 접한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은 여태 만났던 작품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어요. 원수의 집안에서 태어나 애절한 사랑을 꽃피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임에는 변함이 없으나 주인공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있던 작품들과는 달리 다른 캐릭터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거든요.

티발트, 레이디 캐플렛, 머큐시오, 벤볼리오...등 그동안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존재로써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주인공의 가족, 주인공의 친구가 아닌 각각의 개성과 갈등을 드러내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 캐릭터가 살다보니 지금껏 만나왔던 작품들에 비해 로미오와 줄리엣이 묻히는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공연이 풍성하게 다가오는 힘이 있어서 신선하더군요.


다른 공연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의 특색으로 극의 전반을 어우르는 ‘죽음’은 관객의 시선을 자극합니다. 마치 그들의 죽음을 예언하는 듯 등장인물들을 따라다니고 방해하는 죽음은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작품의 핵심을 한층 명확하게 만들어줘서 흥미로웠어요. 1막에서는 죽음을 좀 더 몽환적인 존재로 꾸미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2막에 접어드니 죽음에게 인간적인 면이 느껴져서 저렇게 표현한 것도 이해가 가더군요.

원곡으로만 접했던 ‘세상의 왕들’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말로 들어도 역시나 좋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노래 없이 춤만 추는 앙상블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을 거 같아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처음 접하고는 코러스와 안무를 분리시키는 방식에 일장일단을 느꼈는데 <로미오 앤 줄리엣>을 보면서 안정적이고 풍성한 화음이 좋긴 하지만 직접 전달되는 소리가 아니라서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만족한 부분도 있지만~ 기대했던 바 보다는 많이 허전했어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흡입력이 약해서였습니다. 전동석님과 최지이님이 출연했는데... 두 배우 모두 풋풋하게 다가와서 좋았으나 아직은 나쁘지 않은 것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더군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할 땐 호흡을 맞춰서 좀 더 조율해야 될 거 같습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보이는데 지금 당장 주역으로의 매력은 강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아쉽네요.

올림픽공원의 역도경기장을 개조하여 탄생한 우리금융아트홀은 공연장으로써 입지를 굳히기엔 시간이 꽤 필요할 거 같습니다. 밝고 환하게 단장해서 예전에 역도경기장은 떠올려지지 않는 외양을 갖췄지만 공연장의 위치가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거든요. 무대와 객석이 너무 가까워서 <로미오 앤 줄리엣>의 경우 2막 마무리엔 앞쪽 객석이 드라이아이스 폭포에 뒤덮이는 점이나 줄리엣의 침실이 1층 객석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점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공연장도 공연도 성장해가는 단계에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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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 앤 줄리엣

기간 : 2009/11/03~2009/12/13  ( 평일 8:00/토 3:00, 7:30/일,공휴일 2:00, 6:30/월 쉼 )
소 :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가격 : Peak Day - VIP석 120,000/R석 100,000/S석 70,000/A석 50,000 
         Regular Day - VIP석 110,000/R석 90,000/S석 70,000/A석 50,000
문의 : ㈜오디이컴
작    :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연출 : 조준휘
안무 : 김성일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임태경/김수용/전동석, 박소연/최지이, 박성환, 김태훈, 김태형, 송용태/류창우, 
         홍미옥, 유채정, 심재현, 신미연/이고운, 조유신/하지원, 박하나/이정임 외
홈페이지 : http://www.romeonjuliette.com

by 별의목소리 | 2009/11/24 11:01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2)

<도살장의 시간> 보답 받지 못하는 사랑은 애달프다.

제목과 포스터가 무척이나 강렬하게 다가오는 <도살장의 시간>을 보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다녀왔습니다. <레이디 맥베스>와 <서안화차> 같은 독특한 작품을 통해 상도 많이 수상한 연출가 한태숙님의 신작에 박지일님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었죠. 그런데.... 포스터가 영.... -..-;;;

한 때는 활기가 넘치던 극장이었던 이곳은 불의의 사고로 폐쇄된 후 도살장이 되었으나 지금은 다시 소극장과 연극 자료실로 새로이 태어났습니다. 오늘은 개관하는 첫날이라서 준비하느라 분주하군요. 도살장에서 꽤 오랫동안 일했다는 천변은 연극자료실에 찾아와 홀로 자료를 정리하느라 바쁜 사서에게 말을 건네죠. 낯선 이를 경계하며 귀찮아하던 사서는 그의 부탁도 받아주며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그렇게 천변의 회상으로 과거와 지금,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며 이야기는 진행되죠. 도대체.... 그는 이곳에 왜 온 걸까요?

주로 만나왔던 높이의 무대가 아닌 바닥을 걷어내고 지하부터 삼단 구조로 이루어진 세트인데~ 1층은 제목에도 등장하는 도살장, 2층은 새로 개관하는 연극자료실, 3층은 자료 보관 창고로 구성되어 있죠. 소극장에 이런 식으로 설치할 수 있는 공연장이 몇 군데 안 될듯하니 자유소극장을 잘 활용했고 조명 덕분에 공간이 깊이 있어졌습니다. 다만... 도살장은 내려다봐야 해서 지정석에 앉은 관객들도 뒤쪽에선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더군요. 자유석인 2층이 공연 보기에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도살장 안쪽까지 보일지가 의문이네요.


천변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로부터 보답 받지 못하는 사랑이란 참~ 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인해 그토록 사랑했던 무대를 떠나 오랜 세월을 방황해야 했지만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기엔 그의 손에 너무 많은 피가 묻어버렸거든요. 그는 희생양을 통해 열정과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었겠지만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타인을 희생해도 자신이 깨끗해질 수는 없는 법이죠. 그건... 그저 자신만 더 초라하게 만드는 광기일 뿐입니다.

<도살장의 시간>을 보고나서 ‘연극이 가졌던 순수성이 빛났던 시절은 이제 과거의 기억일 뿐인가?’라는 생각에 씁쓸했어요. 대중성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그동안 너무 시류에 맞춰 변해가는 공연들을 보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초반에 사서가 읊던 희곡 제목들이 뜻하던 바도 그것이었나 봅니다. 그런 측면 때문에 박지일님이 분한 천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더군요.


천변과 천변의 기억, 천변의 내면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역할을 인지하고 본다면 공연이 어렵지 않아요. 천변의 내면을 연기한 정영두님은 안무가로 유명한 분이라던데~ 극 후반에 천변과 내면이 혼재되던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사서를 맡은 서영화님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를 때 어찌나 실감이 나던지 보던 제가 움찔했을 정도였죠. 전반적으로 애매한 구석이 있는데... 차라리 파국을 좀 더 처절하게 끌어갔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시간을 내서 원작인 『도살장의 책』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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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의 시간


기간 : 2009/10/27~2009/11/08  ( 월,화,목,금 8:00/수 4:00/토 4:00, 7:00/일 4:00  )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가격 : 지정석 30,000/자유석 20,000 

문의 : 극단 물리

원작 : 이승우의 단편 『도살장의 책』

개작 : 김지현

연출 : 한태숙

출연 : 박지일, 서영화, 유준원, 이영숙, 정영두, 김원주, 권겸민, 류혜린

by 별의목소리 | 2009/11/07 12:43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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