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로그인


<푸르른 날에> 역사는 그대들을 기억합니다.

작년에 눈물과 웃음을 한꺼번에 안겨줘서 절 꽤나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연극 <푸르른 날에>가 호평과 수상 실적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사실~ 이런저런 수식어가 없어도 작품 자체의 가치로도 충분히 다시 만날만한 좋은 공연이죠. 초연이 너무 좋았던 작품은 두 번째 만나면 별로인 경우가 많아서 안 보고 패스~할까 하다가 다시 만나러 갔습니다. 여전히 관객을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들더군요.


철천지원수라 할지라도 타인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게 더 쉽다고 느껴질 만큼 내 자신이 끔찍하게 미울 때가 있습니다. 절대 인정하지 않았던 내 안의 이기심과 치졸함의 바닥을 보고 나면 아무리 지우고 박박 닦아도 나라는 존재가 결코 예전 같아지질 않죠. 1981년 5월, 민호는 바로 그런 영겁의 지옥에 머리를 담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어떠한 핑계를 끌어와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원죄를 짊어진 채로....


강렬했던 이명행님의 연기는 여전하지만~ 초연에선 민호에게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는 다른 캐릭터들에게로 힘이 분배된 듯합니다. 민호의 고통에 여전히 마음을 아프지만 도청씬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공들 외에 이젠 이름조차 희미해진 많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려 개인의 상처와 고통을 넘어 시대적 비극을 더 크게 보여주려는 노력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푸르른 날에>의 가장 큰 매력은 희곡 안에 시를 차용한 점이죠. 희곡과 시가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며 그 힘은 배가됩니다. 김남주 시인의 「학살 2」는 들을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지거든요. 광주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상황을 사진 자료를 통해 제 눈으로 처음 봤던 때가 떠오릅니다.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시 구절을 듣고 있자면 그때 느꼈던 온갖 감정의 기억이 저 밑에서 밀려오곤 합니다.

고선웅님이 지닌 특유의 스타일은 올해 더 보편적으로 변해서... 솔직히 처음엔 낯설었는데~ 두 번째 보니 납득이 되더군요. 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기 위해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배우들의 어우러짐은 변함없이 좋았고~ 감동은 더욱 깊어졌어요. 그들은 누가 우리를 기억하겠냐고 말하지만... 역사만은 절대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이제 그 역사를 기억해야겠죠.

--------------------------------------------------------------------

푸르른 날에


기간 : 2012/04/21~2012/05/20  ( 평일 8:00/토 3:00, 7:00/일 3:00/월 쉼 )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가격 : 일반 25,000/학생 15,000원

문의 : (주)신시컴퍼니

작    : 정경진

각색/연출 : 고선웅

출연 : 김학선, 정재은, 박윤희/정승길, 이영석, 장성익, 이명행, 조윤미, 조영규, 최광희,

          이정훈, 김명기, 유병훈, 김성현, 견민성, 강대진, 손고명, 남슬기, 홍의준, 김영노

by 별의목소리 | 2012/05/16 12:50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0)

<캐치 미 이프 유 캔> 왜 쇼가 신나지 않을까? ㅡㅡa

제가 좋아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출연해서 흥미진진하게 봤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이 무비컬로 만들어져서 흥행에 성공했다더니~ 드디어 우리나라 무대에도 등장했습니다. 영화 볼 때도 느꼈는데~ 제목 참 기가 막히지 않나요? 희대의 사기꾼이 주인공인 실화답게 ‘잡을 테면 잡아봐~’라는 깐죽대마왕스러운 제목이라니... 듣기만 해도 수긍이 가는 네이밍 센스가 아주 제대로입니다.


희대의 사기꾼인 프랭크가 도망자 생활 끝에 공항에서 FBI에게 검거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공연은 프랭크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쇼로 구성되어 있어요. 사립고교를 다니던 프랭크는 허세가 강한 아버지가 과욕으로 모든 재산을 잃자 공립으로 전학을 갑니다. 등교 첫날부터 괴롭히는 아이들을 오히려 교생인 척 속이고 골탕을 먹이죠. 부모님이 이혼하자 프랭크는 집을 떠나 본격적인 속임수에 나서게 됩니다.


일반적인 스타일로 진행되는 뮤지컬이 아니라 <시카고>처럼 쇼 형식이라서 앙상블의 조화가 더욱 강조되는 작품이더군요. 프랭크걸로 명명된 여자 앙상블들은 무척이나 아쉬웠던 남자 앙상블에 비해 실력도 고른 편이었고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무대를 잘 채우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남성 관객분들이 상당히 흐뭇해하며 바라보시더라고요. ^^* 특히~ ‘Jet Set’와 ‘Doctor's Orders’에서 시선을 확 당깁니다.

프랭크가 사기꾼의 길로 나서게 되는 첫걸음이 팬암항공사라서 무대에 비행기를 놓고 객석을 비행기 좌석등급으로 표기한 점이라든가~ 쇼 형식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에 올려서 공연의 특색을 잘 담아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프랭크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쇼’라는 형식에 초점을 맞춰서 만들어진 작품이라서.... 흔히 만나왔던 뮤지컬을 생각하셨다면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왠지 쇼에 완전히 몰입이 안 되고 썩~~ 신나지가 않았어요. 분명히 프랭크가 중심이고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막상 공연이 끝나고 나면 프랭크가 부른 노래 중에 딱히 떠오르는 곡이 없습니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공연 횟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프랭크가 5명이나 캐스팅 된 터라 모든 면에서 초점이 명확하게 맞춰져 있다는 느낌은 들질 않아서 더 그렇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군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아직은 매력으로 충분히 작용하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뮤지컬로써 흡입력을 보여주기엔 캐릭터 사이의 상호작용을 충분하지 못하고 있고 쇼처럼 신나기엔 뭔가 이가 드문드문 빠진 밋밋함을 남기거든요. 상품이기 전에 뮤지컬로써의 매력을 좀 더 잡아내는 게 핵심일 텐데~ 제가 본 게 공연 초반이긴 하지만 뭔가 허공에 붕 떠 있는 뒷맛에 헛헛하네요.

--------------------------------------------------------------------

캐치 미 이프 유 캔


기간 : 2012/03/28~2012/06/10  ( 평일, 토 4:00, 8:00/일, 공휴일 3:00, 7:00/월 쉼 )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가격 : 평일 - First석 120,000원/Business석 100,000원/Economy석 60,000원

         주말 - First석 130,000원/Business석 110,000원/Economy석 70,000원 

문의 : (주)엠뮤지컬아트

극본 : Terrence Mcnally

작곡 : Marc Shaiman

작사 : Marc Shaiman, Scott Wittman

연출 : 왕용범

음악감독 : 이성준

안무 : 서병구

출연 : 엄기준/박광현/김정훈/규현/KEY, 김법래/이건명, 이희정/이정열, 전수경/서지영,

         최우리/다나/써니, 신다영, 최미용, 윤현아, 조인아, 김효정, 김도경, 김윤경, 홍지수,

         김지현, 전영진, 홍설영, 하혜민, 고은영, 김형균, 박진우, 김효성, 김율, 김동영,

         김주환, 오희중, 김은총, 박승빈

by 별의목소리 | 2012/05/02 14:43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1)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