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5월 16일
<푸르른 날에> 역사는 그대들을 기억합니다.
작년에 눈물과 웃음을 한꺼번에 안겨줘서 절 꽤나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연극 <푸르른 날에>가 호평과 수상 실적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사실~ 이런저런 수식어가 없어도 작품 자체의 가치로도 충분히 다시 만날만한 좋은 공연이죠. 초연이 너무 좋았던 작품은 두 번째 만나면 별로인 경우가 많아서 안 보고 패스~할까 하다가 다시 만나러 갔습니다. 여전히 관객을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들더군요.
철천지원수라 할지라도 타인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게 더 쉽다고 느껴질 만큼 내 자신이 끔찍하게 미울 때가 있습니다. 절대 인정하지 않았던 내 안의 이기심과 치졸함의 바닥을 보고 나면 아무리 지우고 박박 닦아도 나라는 존재가 결코 예전 같아지질 않죠. 1981년 5월, 민호는 바로 그런 영겁의 지옥에 머리를 담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어떠한 핑계를 끌어와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원죄를 짊어진 채로....
강렬했던 이명행님의 연기는 여전하지만~ 초연에선 민호에게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는 다른 캐릭터들에게로 힘이 분배된 듯합니다. 민호의 고통에 여전히 마음을 아프지만 도청씬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공들 외에 이젠 이름조차 희미해진 많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려 개인의 상처와 고통을 넘어 시대적 비극을 더 크게 보여주려는 노력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푸르른 날에>의 가장 큰 매력은 희곡 안에 시를 차용한 점이죠. 희곡과 시가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며 그 힘은 배가됩니다. 김남주 시인의 「학살 2」는 들을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지거든요. 광주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상황을 사진 자료를 통해 제 눈으로 처음 봤던 때가 떠오릅니다.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시 구절을 듣고 있자면 그때 느꼈던 온갖 감정의 기억이 저 밑에서 밀려오곤 합니다.

고선웅님이 지닌 특유의 스타일은 올해 더 보편적으로 변해서... 솔직히 처음엔 낯설었는데~ 두 번째 보니 납득이 되더군요. 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기 위해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배우들의 어우러짐은 변함없이 좋았고~ 감동은 더욱 깊어졌어요. 그들은 누가 우리를 기억하겠냐고 말하지만... 역사만은 절대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이제 그 역사를 기억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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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날에
기간 : 2012/04/21~2012/05/20 ( 평일 8:00/토 3:00, 7:00/일 3:00/월 쉼 )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가격 : 일반 25,000/학생 15,000원
문의 : (주)신시컴퍼니
작 : 정경진
각색/연출 : 고선웅
출연 : 김학선, 정재은, 박윤희/정승길, 이영석, 장성익, 이명행, 조윤미, 조영규, 최광희,
이정훈, 김명기, 유병훈, 김성현, 견민성, 강대진, 손고명, 남슬기, 홍의준, 김영노
# by | 2012/05/16 12:50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0)
제가 좋아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출연해서 흥미진진하게 봤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이 무비컬로 만들어져서 흥행에 성공했다더니~ 드디어 우리나라 무대에도 등장했습니다. 영화 볼 때도 느꼈는데~ 제목 참 기가 막히지 않나요? 희대의 사기꾼이 주인공인 실화답게 ‘잡을 테면 잡아봐~’라는 깐죽대마왕스러운 제목이라니... 듣기만 해도 수긍이 가는 네이밍 센스가 아주 제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