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5일
<마라, 사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마라, 사드>는 복합적인 조합을 보여줍니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공화국을 주창했던 과격한 혁명가 마라. 개인주의자이며 군주제를 옳다고 여겼던 귀족 사드. 프랑스의 극단적인 실존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희곡을 쓴 독일인 페테 바이스는 나치를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한 인물. 언제나 독특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출가인 박근형님. 기묘한 조합부터 흥미로운데 공연 내용도 마라가 죽던 1793년, 사드가 요양원에 갇혀있는 1808년 그리고 연출가를 대변하는 것 같은 해설자가 묻는 2009년의 오늘까지 세 개의 시간이 공존합니다.
원제는 <사드 씨의 지도로 사랑통 요양원 연극반이 공연한 장 폴 마라에 대한 박해와 암살>이랍니다. 제목으로 이렇게 명확하게 공연 내용을 설명하는 것도 드물 거예요. 하하하~ 제목 그대로 나폴레옹 시절 사드가 요양원에서 정신병자들을 배우 삼아 마라의 죽음에 대한 연극을 연출하고 그걸 외부인을 초청하여 보여주는 형식이더군요. 제정신이 아닌 이들로도 통제가 안 될 지경인데 병원장은 번번이 토를 달며 공연을 중단시킵니다. 난장판의 와중에 마라와 사드, 해설자와 병원장은 결정적인 사항마다 반론을 펼치며 대립하죠.

아르토의 '잔혹극'과 브레히트의 '서사극'이 공존하는 ‘현대 연극의 교과서’라는 명성답게 작품 자체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무대도 좋았고~ 음악극의 경우 뮤지컬보다는 현저히 떨어지는 배우들의 노래실력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은데 가사가 안 들리는 부분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이었죠. 음악을 거의 새로 만들었다고 하던데 민중가요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는데... 왠지 기대보다 상당히 표면적으로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사극 자체가 감정이입 될 요소를 없애는 면이 있긴 하지만 아예 뒤로 물러선 것도 아니고 끌어들이는 것도 아닌 애매함이 남았습니다.

대립의 구도가 명확하게 안 살아나서 그런지도...;;; 각자가 맡은 캐릭터를 열심히 표현하고 있으나 다른 배역과의 부딪힘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기면증 환자와 극중극의 암살자 코르데를 오가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강지은님이 눈에 띄었어요. 40명이 무대에 상주하는 상태라서 좀 더 조율을 했으면 좋았으련만 산만함이 지나친 부분도 있었습니다. 원작 그대로 한 번이라도 보고 이번 공연을 만났다면 다른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박근형 연출이라는 필터를 한번 거쳐서 처음 만나는 <마라, 사드>는 어렵진 않았으나 쉽게 다가서기 버거운 면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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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사드
기간 : 2009/05/29~2009/06/14 ( 평일 8:00/토 3:00, 7:00/일 3:00/월 쉼 )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가격 : S석 30,000/A석 20,000
문의 : 서울시극단
작 : 페터 바이스
번역 : 최병준
연출 : 박근형
작곡 : 박천휘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이창직, 강지은, 강신구, 주성환, 김신기, 최나라, 김주완, 이계창, 장용철, 이미영, 김규남,
이태형, 변희석, 박영수, 김기환, 김해용, 이수현, 김대종, 임문희, 김광영, 노은미, 김주헌,
김동규, 강태준, 김훈만, 이대관, 이성자, 안상완, 박건우, 이종열, 곽현석, 서영민, 곽정화,
김은정, 박혜선, 안연주, 이경아, 윤미현, 최유리
# by | 2009/06/15 16:16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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