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24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만남과 헤어짐에 번뇌하다.
오래 전에 국립극장이 명동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건물에 최근 개보수를 마치고 명동예술극장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여러 행사와 작품이 있었으나 공식적인 개관작품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가 공연 중이에요. 자료 화면에서나 봤던 옛 국립극장이 어떻게 재탄생되었을까 궁금했고~ 제가 좋아하는 정동환님과 서주희님이 출연하신다는 소식에 더욱 보고 싶었던 연극입니다. 오래 전에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는 제목과 출연진만 살짝 알고 공연을 보고 왔죠.
다녀와서 알았습니다. @_@;;; 이 작품도 최인훈님이 쓰신 거더군요. <한스와 그레텔>도 좋았는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도 인상 깊었습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온달이 꾼 꿈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여 숙명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무게감 있게 풀어냈어요. 앞부분의 환상은 어렸을 때 읽었던 「은혜 갚는 까치」를 변형시킨 거 같은데 그렇게 온달과 평강공주의 인연과 이어지니 묘한 여운을 던졌습니다.
공연을 보며 깨달았는데... 온달이 죽은 뒤 평강공주가 어찌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이야기는 언제나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을 입신양명시켰다~’로 끝나든가 온달장군이 전장에서 전사한 이야기로 끝나서 ‘아~ 그렇구나.’하고 말았거든요. 온달이 죽은 뒤 홀로 남은 시어머니를 보며 죄책감과 회한에 시달렸을 평강을 생각하면 차라리 저런 결말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인연이라도 회한이 묻어나기 시작하면 남는 건 오로지 슬픔뿐이죠.

평강과 스님, 평강과 온달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인연이 무엇인지... 만남에 대해... 어떠한 선택이 옳은 건지... 살아가며 끊임없이 반복하는 이러한 번뇌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평강과 온달이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서로를 위해 좋았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겠죠. 인생에서 자의든~ 타의든~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그 나름의 길을 갈 뿐입니다. 그 인연에 최선을 다했던 온달이야말로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살은 게 아닐까 싶어 부러워지더군요.

요기를 띈 낭자, 막내 동생 같은 젊은 시절의 평강, 성숙한 아녀자가 된 평강, 지아비를 잃고 괴로워하는 평강의 모습을 매끄럽게 연기한 서주희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외적으로 보이는 면만이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사뭇 다르게 느껴져서 공연을 보는 내내 감탄했거든요. 좋은 울림으로 맥을 잡아주던 스님의 정동환님, 여태까지의 모습과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온 온달의 김수현님, 쓸쓸히 앉아있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지던 어머니의 박정자님. 모두 기대대로 멋진 연기로 무대를 가득 채워주고 계셨습니다.

명동예술극장은 처음 가봤는데~ 출연하신 분들이 워낙 발성이 좋은 배우들이긴 하지만 연극전문극장답게 소리가 깨끗하고 청명하게 들려서 정말 좋아요. 거울처럼 비치던 바닥이 시선을 끄는 상징적인 무대는 마지막에 내리는 눈까지 더해지니 한 폭의 그림처럼 마음에 남습니다. 아쉬운 점은 막과 막의 연결이 좀 더 매끄러웠다면 어땠을까 싶고 전체적으로 너무 정적인 느낌이 강해서 조금 더 생기를 불어넣어줬다면 좋았을 거 같아요. 그래도 언제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나랴~ 생각하니 이렇게 보게 된 게 무척이나 반가울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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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기간 : 2009/07/10~2009/07/26 ( 화, 목, 금 7:00/수, 일 3:00/토 3:00, 7:30/월 쉼 )
장소 : 명동예술극장
가격 : R석 50,000/S석 35,000/A석 20,000
문의 : 명동예술극장
작 : 최인훈
연출 : 한태숙
출연 : 박정자, 정동환, 서주희, 김수현, 전진기, 안진환, 하지혜, 이기돈, 김낙균, 조명운,
홍승균, 서강우, 박정환, 김민석, 이다일, 이진복, 류성훈
# by | 2009/07/24 10:44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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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전문극장다운 곳이라서 앞으로 올려질 공연도 너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