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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무기력해진 심장을 깨우다.

남산아트센터의 2010년 시즌 프로그램인 연극 <내 심장을 쏴라>는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정유정님의 소설『내 심장을 쏴라』을 무대에 올린 작품입니다. 주변에 소설을 읽은 사람이 꽤 있었지만 저는 나중에 읽으려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공연 소식을 듣고 꼭 보러 갈 수 밖에 없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서이고~ 두 번째는 고연옥님이 극본을 쓰고 김광보님이 연출하는 콤비 플레이 때문이죠.


이야기의 중심축은 수명과 승민이라는 동갑내기 환자입니다. 네~ 환자...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만나게 되거든요. 수명은 정신분열과 공황장애 때문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아버지에 의해 다시 입원하게 되었고 승주는 대기업 회장님의 숨겨진 아들인데 유산 다툼에 휘말려서 이곳에 끌려온 상태입니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그들. 한 명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한 명은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필사적으로 싸우는군요.


현대인은 누구나 크던 작던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리희망병원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기보다는 자학 쪽에 더 무게 중심이 가있어요. 내 자신만 생각하고 살아왔다면 이런 곳에 들어올 일은 없었겠죠. 어찌 보면 그나마 가장 이기적인 인물이 수명인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안 된다고 포기하고 피하며 안전모드로 살아온 수명에게 승민은 이해할 수도 없고 감당도 안 되는 미지의 폭죽이었으리라~ 하하하~

수명은 승민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걸 견딜 수가 없다고 했지만~ 세상의 모든 것엔 마지막이 있기 마련입니다. 언제나 진짜 문제는... 제대로 끝맺음을 하지 못할 때 생기거든요. 상처든 고통이든 똑바로 마주하고 치열하게 인식하고 확실히 마무리 짓지 않는다면 영원히 진행형으로 남을 뿐입니다. 조용히 덮어버리는 건 결코 해결책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쉬운 방법을 택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에휴~


책을 초반까지만 읽다가 공연부터 보고 읽어야겠다 싶어서 덮은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다 보니 벗어나기는 힘든 터라 공연이 책을 버거워하는 기운이 있어요. 다른 환자들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야기에 밀려가 버린 느낌이라서 공연 시간을 약간 늘리든가 환자를 줄이거나 압축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여유가 없이 흘러감에도 산만하지 않았던 건 배우들의 역량 덕분인데 그걸 더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이 꽤나 아쉬워요.

이제 수명은 더 이상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내딛은 한 발짝이 얼마나 두려울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이겠죠. 하지만...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이카루스 같던 승민의 모습은 수명의 심장에 깊이 새겨져 단단히 받쳐주는 지지대가 될 게예요.  깨지고 터지더라도 내 인생과 내 시간의 오롯한 주인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쳐야 한다고 말하는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 무기력해진 심장을 깨워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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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기간 : 2010/10/07~2010/10/24  ( 평일 8:00/토 3:00, 7:00/일 3:00/월 쉼  )

장소 : 남산예술센터

가격 : 일반 25,000원/청소년 15,000원

문의 : 남산예술센터

원작 : 정유정

극본 : 고연옥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승주, 이남희, 윤영걸, 손진환, 문욱일, 박노식, 윤다경, 정승길, 권택기,

          백지원, 최현숙, 김송일, 김순애, 최하영

by 별의목소리 | 2010/10/13 12:20 | 문화 공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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